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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詩> 신년기원

      몸 되어 사는 동안
     시간을 거스를 아무도 우리에겐 없사오니,
     새로운 날의 흐름 속에도
     우리에게 주신 사랑과 희망―당신의 은총을
    깊이깊이 간직하게 하소서.
 
    육체는 낡아지나 마음으로 새로웁고
    시간은 흘러가도 목적으로 새로워지나이다
    목숨의 바다―당신의 넓은 품에 닿아 안기우기까지
    오는 해도 줄기줄기 흐르게 하소서.
 
    이 흐름의 노래 속에
    빛나는 제목의 큰 북소리 산천에 울려 퍼지게 하소서


작가소개: 김현승(金顯承,1913~1975)시인은 전남 광주 출생으로 1934년 '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 때 당신들은'이 양주동의 천거로 "동아일보"에 발표되면서 등단하였다. 기독교적인 경건성에 뿌리를 두고 인간 존재의 운명과 내면세계를 주로 노래하였다. 시집으로 "김현승 시초"(1957), "옹호자의 노래"(1963), "절대 고독"(1970) 등이 있다.

<시 해설>

“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시간의 연속선상 위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쳇바퀴가 속절없이 돌아간다. 아니, 시간의 날개 달린 전차가 등 뒤로 지나가는 소리를 무시로 듣는다. 육신의 몸으로 지상에 생명을 부여받고 사는 동안 그 엄연한 진리를 역행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보다 먼저 이를 자각한 시인은 새해 첫날 아침에 저를 지으신 창조주께 겸허히 기도하는 것으로 ‘신년’을 맞이한다. 사랑과 희망은 그분의 은총이요, 용서와 소망은 세인의 마음속에 오롯이 새겨야 할 덕목임을 알기에, 겉 사람인 육신은 날로 부패하나 속사람인 영혼의 새벽은 날로 새롭게 눈을 뜬다. 어쩌면 위에서 부르신 하늘의 ‘목적‘(소명)은 목울대의 ‘목젖’보다 훨씬 멀리 있어 보인다. 목숨의 바다와 같은 그의 넉넉한 품에 안기기까지 우리는 줄기차게 내를 건너고 강의 진실을 배워야 한다. 그 유한한 흐름의 여정에서 빛나는 삶의 제목을 얻어 자명고처럼 울리게 기원하면 2019년 황금 돼지해! 그것은 뉘 게나 크나큰 축복이요 더없는 은총이 되겠다.

<해석> 윤 형 돈
경기 여주 출생 건국대 영문학과, 성결대 및 고려대 교육대학원 졸업전국 교원문학상 공모 ‘시’ 당선으로 문단에 나옴. 시집: <땅끝 편지> <슬픈 연> <꽃 사과나무 아래서> <작별의 손이 내게 말했다> 영역시집: <흑자갈의 노래> <비너스의 태몽> <응시> 현재, 수원문인협회 문학평론분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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