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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산도詩山島/ 박경숙

박경숙(1968~)

전남 영광

한신대 문예창작대학원 졸업

2003년 문학지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 ‘비금도의 하루’ ‘야생을 말리다’

2013, 2017년 수원시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꿈에서 깨어보니 시산이다

인연의 끈으로 엮여

붙잡고 살았던 많은 날들이 꿈이었다.

 

시산에서는

바다를 읽고

바다만 생각하고

바다만 쓰면 되는 것.

 

시 읽기/ 윤형돈

 

꿈에서 깨어보니 금수가 나는 비금飛禽이 아니라 詩山이다. 시인은 일찍이 비금도에서 하루를 보내고 체험을 시집으로 엮은 적이 있다 명사십리 해변이 있고 천일염의 주요 생산지인 그곳에 돌부처 바둑의 이창호 기념관도 있다.

 

‘인연의 끈으로 엮여 붙잡고 살았던 많은 날들이 꿈’이었단다. 모든 존재는 因緣에 의해 생겼다가 인연에 의해 멸한다고 한다. 그 숱한 사람들과 세월 속에서 ‘인연’이란 짝을 만나면 서로 끌려 마음을 허락하는 것이니, 누구든지 마음속에 화두話頭를 품고 정진하면 반드시 시절인연이 온다. 크나큰 의문은 한 동안의 세월을 지내다보면 마침내 풀리게 되는 이치와 같다. ‘붙잡고 살았던 많은 날들’에서 움켜쥔 인연보다 나누는 인연, 각박한 인연보다 감사와 사랑의 인연으로 살아가야 함을 깨닫는다. 시인이 하필 ‘시산도’에 가서 시상을 건져 올린 것도 인연이다.

 

전남 영광이 낳은 박경숙 시인은 한때 수원 천천동 ‘물의 거처’에서 흙을 움켜쥐고 살았다. 제 2연에서 ‘바다’는 ‘받아들이다’의 어원에서 왔다고 추정한다. 그러나 ‘바다’는 육지의 물을 받아들일 뿐 인간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방인의 입도를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육지 안의 외로운 섬’과 같은 육지고도陸地孤島의 고독을 느낀다.

 

무릇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시산도’에서 시인이 할 일은 ‘바다를 읽고, 바다를 생각하고, 바다만 쓰면 되는 것’이다. 일상이 잡초처럼 무료할 때, 절해고도의 등대풀꽃이 보고 싶을 때, 파지破紙들의 원고 더미에 파묻혀 숨이 막힐 때, 권태의 범람으로 화선지에 옮길 먹물 탕기가 마르고 말랐을 때, 비릿한 부두에 배다리 건너 선창가에 봇짐 진 사람들 사투리 틈에 끼어 ‘시의 섬’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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