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철도는 먼 곳을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운송 수단이었다. 그 때문인지 철도는 꿈과 그리움의 대상이기도 한 적이 있었다. 철도가 꿈과 그리움을 이어주는 상징적 물상으로 나타났던 은하철도 999가 이제는 먼 옛날이야기지만 아직도 철도는 그 유용성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운송 수단이다.
우리나라의 철도는 조선 후기부터 깔리기 시작해 지금은 우리나라 전 국토에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여전히 물류의 일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이런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철도가 지나가는 인근은 소음과 단절 그리고 저개발의 상징이 됐다. 오죽하면 기찻길 옆 오막살이라는 말이 아직도 회자 될 정도다.
<전경만의 와이즈 칼럼>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시대의 아픔과 역사를 간직한 철도가 이제 서울에서는 볼 수 없을 전망이다. 모든 철도를 지하화하겠다는 서울시의 발표에 따라 긴 시간이 요구되겠지만 철도는 지하로 사라질 전망이다. 그리고 철도부지 위로 녹색공간이 새로 마련될 것이라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그간 철도로 인해 단절되었던 벽이 허물어지고, 살아 숨 쉬는 새로운 공간이 사람들에게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철도가 도시를 나누고, 사람들 간에 거리를 두게 만드는 것은 서울뿐만이 아니다. 경기도에서도 가장 면적이 작은 도시 오산도 철도로 인해 고통받는 도시 중의 하나이며 그 고통의 크기가 다른 경기도 31개 시군에 비해 매우 큰 편이다.
오산의 면적은 화성시 봉담읍 정도에 불과하지만, 인구 23만이 몰려 사는 도시다. 이 도시의 중심부를 철도가 가로지르면서 오산은 작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도시가 반으로 갈려있다. 그리고 철도를 중심으로 한 지역은 오산의 중심부임에도 오산의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되어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이다.
철도가 작은 도시, 오산에 주는 피해가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오산시 인구 중에 철도를 사용하는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오산 시민 중, 실제 철도사용 인구는 별로 없고, 거의 오산을 지나가는 철도 이용객이 더 많다는 것은 오산 철도역에 정차하는 기차의 종류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면 철도에 의한 피해가 혜택보다 큰 지역이 오산이다.
그래서 오산의 철도 지하화는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지역보다 더 간절한 희망 사항이다. 도시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면서, 도시 자체를 동서로 나누어버린 지역, 단지 지나가기만 하는 역할이 큰 철도에 의해 오산이라는 작은 도시의 지속적 성장이 발목이 잡히고 있다는 점과 도시의 균형적, 입체적 성장을 위해 오산의 철도 지하화는 꼭 필요한 사항이다.
모든 도시마다 아픔이 있고 꼭 해결해야 하는 아킬레스건 같이 있다. 그것이 오산에 있어서는 철도이다. 오산의 중심부를 지나는 철도 대신 녹색 공간과 운동장, 박물관, 주차장 등 도시에 꼭 필요한 시설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것들이 오산의 지속적인 성장과 맞물릴 수 있도록 오산의 리더들이 한발 떠 뛰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