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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 커피/ 장진천

장진천(1955~)

전남 장흥

원광대 국문과 학사/ 중앙대 대학원 국문과(석사)/아주대 대학웡 국문과 박사 수료

문학광장 시부문 등단 경기문학포럼 수원문인협회 포천문인협회 회원

문학광장 부회장

청운고 외 교감 역임 포천중 교장 퇴임

2019 시집 ‘아이리시 커피’ 출간

 

 

아일랜드는 슬프다

1845년 대기근 이야기

 

수난의 역사에서 커다란 장면

이웃은 모른 채

수백 만 아사(餓死)에 대한 이야기는 많다

그래서 그런지 유난히 슬픈 사연이 많다

 

아이리시 커피

에스프레스와 위스키 한잔

3대 1 적당한 비율

갈색 설탕을 넣고

그 위에 두텁게 생크림을

살짝 얹어 놓은 커피

이 때 아일랜드 산 제임스위스키가

어울리는 커피의 품격. 

 

커피와 위스키의 절묘한 만남

이것이 멋지지 않은가

이 조합은

그래서 아이리시 커피이다.          

 

시 읽기/ 윤형돈

 

자고로 시를 매개로 실현코자 하는 시인의 소망은 무엇일까? 소위 ‘좋은 시’들의 씨앗 속에 배태한 시맥詩脈의 기운은 세속적인 것과는 사뭇 그 종자種子가 다르다.

 

그것은 어쩌면 청렬淸冽하고 건강한 발아의 기운이 시 정신으로 무장한 염결廉潔과 절조節操를 중요시하는 선비정신과도 상통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20년 유배생활 동안 공부하고 또 공부하다가 복사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났다는 과골삼천踝骨三穿의 주인공으로 회자된다. 두 무릎을 방바닥에 딱 붙이고 학문에만 몰두하다보니 생겨난 신성한 노동의 결과물인 것이다.

 

여기서 시 쓰는 일은 언어의 절차탁마切磋琢磨 못지않게 정신의 수련과 담금질을 필요로 한다. 시인은 언어를 다루는 기술자이기 이전에 고난도의 정신세계를 맥놀이 하는 연금술사여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는 이유다.

 

따라서 훌륭한 시 속에 담겨있는 시인의 가치관은 어떤 선험성과 초월적인 경지에 까지 이른다. 현세적인 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시정신은 ‘곧음’과 ‘깨끗함’ 그리고 자연 친화의 안분지족과 무욕청정의 ‘맑음’이 바탕이 되는 것이다.

 

루카치는 사회적 역사적 현실에 대한 정확한 미학적 이해가 리얼리즘의 전제라고 말한다. 인간이 사건 속에 살고 있다면 시 또한 사건과의 접촉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고 실제로 시 속에는 이와 같은 사건이 배어있다.

 

역사적인 사건으로 글을 쓰면 자연스럽게 서사시 형태를 띠게 마련이다. 어떤 민족 집단의 흥망성쇠를 읊은 시의 유형은 대개 이야기체에 가깝다. 어찌 보면 산문과 시의 경계를 교묘히 넘나들고 있다고 휘트먼은 말했다 ‘책과 교회와 학교에서 가르친 것을 다시 음미하여 당신의 영혼이 미워하는 것을 쫓아내면 당신의 육체도 시가 될 것이다’라고.

 

학교를 정년퇴임한 지 얼마 안 되었고 그 학구적인 기운이 생활화된 장 시인에게 이보다 더 핍진한 말은 없을 것이다. 포문을 여는 시는 ‘아일랜드는 슬프다’란 역사적인 거대 담론으로 시작해서 아이리시 커피 레시피(recipe)란 일상의 조리법으로 싱겁게 끝난다.

 

‘커피와 위스키의 조합’이 아일랜드 ‘수난의 역사’와 어떤 함유含有를 담고 있을까? 시인은 간단히 그 해답을 일상적인 조리법으로 풀어낸다. 이처럼 리얼리즘 시는 일정한 자기반성을 거치면서 서정성의 회복과 언어미학 탐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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