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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 안연식

안연식(1955~)

경기 용인 출생

방통 국어국문학과 졸업

수원문인협회 및

열린 시학 회원

한국문인 시부문 시인상

시조시학 시조부문 신인상

 

 

첫새벽 잠 깨어도

자는 척 누워있다

 

느지막이 일어나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모처럼

시댁 와 자는

며늘 아가

 

깰까 봐...

 

 

시 읽기/ 윤 형 돈

 

박용철 시인의 ‘시적 변용’에 의하면, ‘단 열 줄의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 우리는 전 생애를 두고 참을성 있게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시적 영감이란 없다. 어느 날 턱없이 내던져진 생활 현장에서 즉흥적인 시가 잉태될 뿐이다. 짧아서 더 아름다운 시들을 위해 우리는 삶의 한 순간을 포착하여 과감하게 시적 앵글을 고정시킨다. 이 글의 제목인 ‘배려’가 우리 인생의 후렴구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 마음에 무한한 신뢰와 평안을 주기도 하지만, 율려(律呂)와 같은 우리 고유의 착한 미덕이기 때문이다.

 

이 시의 화자인 시어머니는 시댁에 온 ‘며늘 아가’를 위해 섬세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첫새벽 잠 깨어도 / 자는 척 누워 있는’ 이유는 ‘모처럼 / 시댁 와 자는 / 며늘 아가 / 깰까봐‘서이다. 다 큰 며느리를 ’며늘 아가‘라는 부르는 호칭에서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 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댁이라고 왔으면 빨리 일어나 밥 하지 않고 늦잠 잔다고 눈치주고 타박하는 게 아니라 외려 깰까봐 조심조심 마음 써주니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 일인가.

 

인간의 마음은 결국 내면에서 비롯된다. 사랑, 존중, 희생, 헌신, 배려.. 이 모든 것이 내면에서 이루어질 때 자연스레 말과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 시어머니를 만난 새 며느리의 복된 앞날이 행복하겠다.

 

본디 둥그런 품성의 안연식 시인은 얼마 전 ’눈썹춤‘이란 매혹적인 시집을 내놓고 ’조금은 늦더라도 내 꿈 찾아 갈래요,‘ 노래했다. 문학은 세상사는 법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 그녀가 마음속에 쟁여놓은 씨앗 문장들이 발아하여 소담스레 열매 맺는 그 날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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