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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원의 정치는 재미가 솔솔....,.,

 "정당공천제는 생활정치를 편 가르는 악법"

< 전경만의 와이즈 칼럼>

오산의 어느 동네,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 김장을 담그고 있다. 맛없는 여름배추 대신 겨울 초입에 자란 맛있는 배추를 이리 저리 양념에 버무려 너도 한 입, 나도 한 입 먹어보는 자리에 동네 소식들이 입에서 입을 타고 전해진다.

동네 부서진 담장이며, 치워가지 않는 쓰레기, 누구네 집 강아지 오줌 싼 이야기 까지,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무리 중에 익숙한 얼굴이 있다. 오산시의회의 어느 시의원이다. 점잖게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 공무원을 닦달하던 모습은 없고 머리에 벙거지를 쓰고 열심히 김장을 하며 동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가 들은 이야기는 자신의 지역구 이야기일수도 있으며 오산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화일수도 있으나 불편한 것들은 다음날 회의의 테이블에 올라 이리저리 재단된다. 그리고 결국에는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법적절차를 밟아 시행된다. 속도가 느린 것도 있고 때로 바로 되는 것도 있다.

때로는 직접 핸드폰을 들고 불편한 것들을 찾아 촬영을 해서 공무원들과 이리저리 입씨름을 하며 일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참 오지랖도 넓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지랖 넓은 것이 시의원의 정치”라는 그의 이야기가 적절한 것처럼 보인다.

그는 “북한과의 문제나 한미 FTA에 대한 의견을 낼 수는 있으나 국가 정책적 결정권에서 멀어져 있는 시의원이 할 일은 오산시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민들의 일상에 대한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말이 옳다.

지방자치 20여년이 지난 지금 시의원의 역할은 과거에 비해 많이 커져 있다. 무급 자원봉사에서 당당히 세비를 받아 일을 하는 만큼 일의 무게가 커진 것도 있다. 무엇보다 풀뿌리 민주주의에서 가장 아래에 있는 의원들의 역할은 바로 시민들과의 직접 대면 소통이라는 의식의 변화가 시의원들의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지역에 가로등 하나 설치하는 예산까지 꼼꼼하게 따져 시재정이 엉뚱한 곳에 쓰이지 않게 하고, 그러면서도 지역 업체를 우선해 달라고 주문하고, 때로는 지역행사에 참가해 스스로 시민의 양념이 되길 거부하지 않는 시의원 정치는 생활자체가 정치다. 정치와 생활이 하나로 묶인 것이 시의원 정치다.

그런데 지난 20여 년간 시의원들의 생활정치를 가로막는 것이 있다. 바로 정당공천제다. 지역의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들이 시의원의 출마를 결정하는 정당공천제는 생활정치를 가로막는 커다란 벽이 됐다. 생활정치에 편을 가르는 것도 모자라 지금은 정치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노예처럼 부려먹을 수 있는 수단이 됐다.

덕분에 국회의원 사무실이나 집에 가보면 어렵지 않게 정치를 하고자 하는 정치초년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서 지역 국회의원의 잔신부름을 하고 있다. 오산의 어느 정당 지역구 시의원 전원이 모 국회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라는 점만 보아도 정당공천제가 생활정치를 말아먹는 주범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산뿐만 아니라 수원, 화성도 상황은 비슷하다. 시의원들과 소주 한 잔을 곁들여 이야기 하다보면 “정당공천제는 정치초년병을 노예처럼 부려먹을 수 있는 악법”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국회의원들은 악법을 고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진정한 적폐청산은 국회의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 청산이다. 시의원의 생활정치조차 편 가르는 정당공천제 폐지는 지방분권을 요구하는 시대적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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