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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문제는 국운이 걸린 문제



   애국심은 나라가 백성을 보호할 때 
    
         <전경만의 와이즈 칼럼>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이 지난 7월20일이다. 오늘이 12월 13일 이니 벌써 130여일이 지났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수많은 비정규직들은 희망이라는 것을 보았다. 단지 정권이 바뀌었을 뿐인데 희망은 없고 절망만 가득했던 세상에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희망은 고문이 됐다. 정규직 전환보다는 무기계약직 전환이 대다수이고 그나마도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상시적으로 필요한 일자리는 정규직으로 돌린다는 말에 희망을 걸었던 사람들이 다시 절망으로 발걸음을 돌리는데 걸린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지금 우리사회의 가장 큰 노동력인 비정규직들의 차별은 마치 조선시대 양반계급과 노비계급의 구조적 차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비정규직은 승진이나 급여 인상의 희망도 없고 수십 년을 일해도 같은 자리에만 머물러 있게 되며 급여는 딱 혼자 먹고 살만큼일 뿐이다. 비정규직의 자녀들이 학원을 다니면서 대학에 입학하고 또 대학에 입학해도 돈 걱정 없이 학업에만 몰두 할 수 없다는 것은 현실이다. 그리고 그들은 힘들게 졸업장을 들고 사회에 진출해 또 다시 비정규직이라는 대물림에 가까운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마치 노비의 자식이 영원히 노비인 것처럼 말이다.

조선 중기의 학자 오희문(吳希文, 1539~1613)은 임진왜란에서 정유재란 까지의 시대상황과 당시 백성들이 처한 아픔과 고통을 상세하게 기술해 ‘쇄미록’이라는 책을 남겼다. 쇄미록에 따르면 조선의 노비들과 서민들은 왜군이 침략하자 철저하게 방관자 자세를 취했고 일부는 왜군에 가담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노비도 조선의 백성인데 왜 그랬을까?

조선의 가장 비굴했던 왕 선조조차 “지금 전란에 가세한 조선백성이 몇이나 되느냐?”고 물을 정도로 조선 민중들이 왜군의 편을 많이 들었던 모양이다. 조선 백성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상황이 좋았던 모양이다. 더구나 왜군은 개전 초기에 식량까지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왜군이 부산항에 상륙한지 28일 만에 한양성에 도착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왜군의 진격을 막으려는 양반(정규직)은 있었으나 그 시대의 비정규직인 노비는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과 당시의 시대상황은 많이 다르고 애국주의라는 것이 만들어진 시기가 18세기 이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좀 과장된 이야기일수도 있다. 그러나 저녁 술자리에서 도는 이야기는 과장이 아니라 속마음의 표현이다. “나 같은 비정규직이 무슨 얼어 죽을 애국은, 비정규직이 사람이냐 잠시 쓰는 소모품이지, 일할 때만 동료라고 하면서 성과급 나눌 때는 지들만 먹어” 등의 자조적인 이야기는 우리의 사회구조가 아직도 구시대적인 계급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애국의 시대가 지나가고 국제화 시대를 넘어 다문화시대가 지금의 현실이다. 그리고 경제적으로는 천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착취를 당하고 사는 시대다. 나라가 위급할 때 비정규직 천만노동자에게 애국을 요구하려면 최소한 더 이상의 희망고문은 하지 말고 정부의 약속대로 상시적으로 필요한 일자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나라의 운명이 달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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