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진심’
“툭!” 하고 숟가락이 테이블에서 떨어지고, 고객이 부르기 전에 내가 미리 달려가서 새 것을 얼른 건네주면 고객 입장에서는 감동한다. 또 일하다가 건배하는 손님들을 홀에서 보게 된다면 자동으로 테이블 위 술병을 “스윽!”하고 습관적으로 본다. 그리고 남은 술로 다음 잔을 채우기가 어려워 보인다면, 얼른 손님이 먹고 있던 같은 종류의 술을 미리 가져다 드린다.
고객 입장에서 굉장히 기분좋은 ‘Before-Service‘이기 때문에 당연히 고객은 엄청 좋아한다. 이런 상황들이 조금 더 익숙해지면, 앞으로 손님이 술을 얼마나 더 먹을 것 같은지도 대략 보인다. 이렇게 똑같은 일을 하고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칭찬을 받을 수도 욕을 먹을 수도 있다. 고객을 대하는 애정어린 관심! 즉 내 진심이 중요하다.
어차피 내가 해야 할 일을 단지 요청받기 전에 했을 뿐인데 고객은 크게 감동할 수 있는 것이다. 작게는 고객에게 기분 좋은 상황 하나를 선사하는 일이지만, 다르게 보면 내 업소의 긍정 이미지를 차곡차곡 쌓이게 하는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고객 입장에서는 요청하기 전에 움직여준 직원이 고맙고, 또 자연스럽게 그 공간(업소)이 기분 좋게 느껴진다. 그 손님은 단골이 되고, 주변의 지인들에게까지 자발적 홍보를 할 가능성도 커진다. 진심이 작용한 이런 이미지는 이미 나에게 그 자체로 돈이다.
매장에서 이런 긍정의 상황들을 만들어 내려면, 무엇보다 내 매장과 고객들을 관찰하는 습관이 평상시에 훈련되어 있어야 한다. 손님이 불편해하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럽게, 그리고 몸을 움직이고 말을 건네야 하는 시점 선정도 잘 해야 한다. 물론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겠지만, 계속 하다보면 몸 자체가 타이밍에 자연스러워지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고객은 관심 받고 있는 자체가 좋은 것이지, 잘 교육되고 숙련된 직원만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매장은 분명 무기물이지만 가게는 생물이다! 사람과 분위기, 음악과 소품, 음식과 서비스 등, 여러가지 구성 요소들을 통해 고객은 가게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또 매장은 조금만 변화를 주면 고객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내 매장이 뿜어내는 표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첫 만남에는 잘생기고 예쁜 사람이 바로 2~3초 만에 인상이 좋다고 느껴지지만, 사실 사람들은 나중에 헤어질 때 그 사람의 표정이나 말투를 통해 최종 판단을 한다. 호감은 보통 계속 유지되는 편이지만, 더러는 없던 호감도 ‘표정’이나 ‘말투’로 인해 생길 때도 있다. 또 ‘인상’은 한 번에 바뀌지 않지만, 표정은 연습을 통해 충분히 바뀔 수 있다. 업소는 물론 음식이라는 상품이 제일 중요하지만, 고객에게 진심을 담아 고마운 마음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이 내 매장에 들어와서 문을 나가는 그 순간까지 주인장의 마음을 전할 곳은 많다. 메뉴판도 있고, 액자와 판넬도 있고, 고객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서 일 수도 있다. 작지만 이 기분좋은 진심들은 음식의 맛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같은 음식도 괜히 더 맛있게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손님만 기분 좋은 것이 아니라, 나도 스스로 뿌듯하고 상쾌하다. 나와 내 매장의 진심을 전할 수 있는 표정 연습을 해보자!
또 사람들이 크게 착각하는 한 가지가 있다. ‘친절’은 오로지 ‘표현’의 유무가 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친절은 인사를 했고 안 했고, 할 일을 하고 말고가 아니라, 손님이 느끼기에 와 닿았느냐가 바로 ‘기준점’이 된다. 오히려 기계적인 인사 멘트나 건성건성 하는 인사는 되려 반감을 살 수도 있다.
내 마음에서 진심이어야 한다. 진심은 상대에게 전달되고, 표현의 피드백과 관계 없이 내 스스로에게도 중요한 다짐이 된다. 물론 적당한 선은 있겠지만 과잉 친절은 절대 독이 아니다. 되려 약간 과하다 싶은 정도의 친절은 사람을 기분좋게 만든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내 진심의 자연스런 전달이다!
★ 오경수
<작가, 외식 칼럼니스트>
<외식창업 전문가>
Dnc주류잡지 <선임기자>
저서 [소바]-'소자본외식창업바이블'
